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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피니아 전기 외전-독수리의 맹세

ritsko 2006. 3. 31. 00:54
지난 주말에 조카 졸업 축하 겸 가와사키 언니네 집에서 딩가딩가 놀고 있는데 퇴근해서 그쪽으로 온 대나무숲이 모님의 전언이라며 '왕국 붕괴'라고 한 마디를 던지더군요. 최근에 발매된 델피니아 전기 외전 이야기겠구나, 생각했지요.
왕국 붕괴라니 그렇게 천하통일을 하고 잘 먹고 잘 살 일만 남은 델피니아에 대체 뭔 일이 일어난 걸까 오만 상상을 다하며 집에 돌아와 메신저에 접속하니 이번에 모님이 다시 던지는 한 마디는 '국왕 붕어(崩御)'

잠시 경직.
여기저기 주워 들은 정보로 이번 외전에 리는 아예 나올 일이 없고 월은 아마 나와도 별 비중 없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월이 죽을리가. 매우 썰렁하지만 '그 붕어는 きんぎょ(일본어로 금붕어)가 아닌 거죠?'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_-;

그 다음날로 장보러 나간 김에 신간을 사와봤네요. 그리고 책 뒤쪽을 보니 정말로 적혀있는 문구는

델피니아를 대표하는 공작가의 재기발랄한 12세 소년과 지방귀족으로 천재적인 실력을 가진 17세의 검사, 국왕 승하 후의 혼란 속에 그들은 싸운다.

대강 이런 삘이 아니겠습니까. -_-;

장님 코끼리 더듬듯이 일단 앞에서부터 읽어 나가니 1챕터에서는 이게 대체 델피니아 앞의 이야기인지 뒤의 이야기인지도 짐작이 안 가더군요. 표지를 보니 금발과 검은 머리인데 이게 나시아스와 월의 아들래미인건지 어쩐건지...-_-;

그 다음날 다시금 모 님이 던지는 한 마디.

'낚였습니다'

읽다보니 두 주인공이 통성명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노라 발로'와 '나시아스 잔펠'이더군요. 결국 승하한 국왕은 뒤르와였고 그 후에 천방지축 발로와 점잖은 나시아스가 활약하는 이야기였습니다. -_-;

발로도 나시아스도 좋아하지만 모처럼 나온 델피니아 전기의 이야기에서 개인적으로 보고 싶었던 건 역시나 곰같은 국왕과 여신같은 폭력 왕비의 재회라든지 뭐 그런 것이었던지라 일단 읽던 건 접어두고 맨 뒤로 가니(성질이 급해서 가끔 이렇게 결론부터 보려고 맨 뒤부터 볼 때가 있음. -_-) 오오오, 오랜만에 보는 월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리의 초상화 앞에서 이븐에게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다시 한번만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며 돌아서서는 '괜찮아,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라고 중얼거리는 월을 보니 왠지 가슴이 찡해져서 앞쪽부터 이야기를 더 읽을 의욕을 상실, 같은 날 사온 키노의 여행 9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_-; 키노의 여행을 다 읽고 나면 천천히 다시 붙잡고 읽어볼까 싶네요.

리의 매력은 월과 있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라 오매불망 리만 기다리고 있는 월을 보니... 역시 작가가 나빠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