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ual/Movie

캐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

ritsko 2006. 7. 27. 23:02
캐러비안의 해적 1편이 개봉한지 벌써 3년이나 흘렀었군요. 1편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 '오락 영화란 역시 머리에 남는 게 없는 건가벼' 했는데 본 지 꽤 된 것도 이유였네요.

보다 리얼하게 지저분해진 분장으로 선장 잭 스패로우가 돌아왔습니다.
사실 키이라 나이틀리가 맡은 엘리자베스나 올랜도 블룸의 윌 터너는 많고 많은 헐리우드 배우들 중에 대체할 사람이 없겠나 싶지만, 이 잭 스패로우 만큼은 조니 뎁이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매력있었을까 싶네요.

영화 자체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1편보다 훨씬 빠르고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내내 구르고 싸우고 부수고 달려대지요.
그럼에도 티아 달마의 집으로 가는 길 같은 신비한 분위기라든지 부스트랩 빌과 윌의 부자간의 이야기 등이 추가되어 1편보다 한층 설정은 깊어진 느낌입니다. 윌과 엘리자베스의 캐릭터도 1편보다 좀더 성장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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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고 나니 기억에 남는 건 내내 3박자로 싸워대던 등장인물들이로군요. 원래 둘이 총을 겨눈 것보다 세 사람이 서로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게 더 멋진 법이긴 하죠.

당분간 문어 생각은 안 날만큼 리얼한 특수효과라든지 성룡의 무술영화 느낌의 딱딱 떨어지는 박자의 싸움들 등, 여름철 블록버스터로서 손색없이 즐거웠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읽던 에이브 중 한권처럼 잘 쓰여진 모험 소설 같은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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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때는 메가박스와 집이 가까운 편이다보니 왠만한 블록버스터들은 모두 극장에서 봤었는데 일본에 오고 나니 영화를 보러 갈 일이 확 줄어들었네요.
가장 큰 장벽은 자막(영어도 일어도 모두 제대로 될 리가 없다!)이고 두번째는 한국보다 비싼 영화비입니다.
일본에서 이전에 두번쯤(두번 모두 애니메이션, 그것도 이케부쿠로에서. -_-;) 영화를 본 적 있는데 그때 시설도 썩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별로 안 내키기도 했고 말이죠.

오늘 간 곳은 이전에 말한 미나미마치다에 있는 시네마 109였는데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시설은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영화를 봤던 곳은 1관이었는데 크기는 메가박스 6관쯤 되었던 것 같네요.
영화가 다 끝나고 스탭롤이 모두 오를 때까지 불을 안 켜는 건 한국과 다르더군요.
이 캐러비안의 해적처럼 요즘은 다 끝나고 서비스 신이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한국에서는 그걸 보기 위해 영화 끝나자마자 불 다 켜지고 청소하시는 분들도 들어오시고 왠지 나가야 하는 뻘쭘함을 견디며 봤었는데 그에 비해 훨씬 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