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bby/Baking

레시피북 콜렉터

ritsko 2007. 1. 24. 23:06
요즘에야 인터넷에 좋은 레시피가 널리고 널렸...지만 보통 요리는 그냥 재료량을 대충 메모지에 옮겨 적어서 냉장고에 붙여놓고 만들면 되는데 베이킹은 과정도 중요해서 그게 힘들더군요. 처음에는 레시피가 올라온 포스팅을 열심히 째려봐가며 기억했다가 따라해봤는데 귀찮고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맨 처음 서점에 가서 좀 둘러보고 고른 것이 '5가지 반죽으로 만드는 간단한 과자' 라는 책.
내용은 그야말로 기본적인 파운드 케이크와 스펀지 케이크, 그리고 타르트와 파이, 슈크림이었는데 이 책 레시피대로 만든 파운드 케이크가 좀 팍팍하니 개인적으로 제일 입맛에 맞았습니다.

레시피를 찾다가 문득 결혼 전에 대나무숲이 선물로 사줬던(그러고보니 결혼 전에는 부엌에 들어가지도 않았었는데 어쩌자고 이걸 선물로 받았을까..;) '김영모의 빵 케이크 쿠키'가 서울 집에 굴러다니고 있는 것이 생각나서 이번에 들어오는 사람들편에 받아서 펼쳐보니 이 책은 달걀도 무려 그램으로 적어놨더군요. 게다가 정말 빵집을 차리라는 것인지 분량도 무지 많아서 좌절. 그냥 적게 만들어 먹고 치우는 용으로 만들 사람에게는 좀 무리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한번씩 해먹는 빵 반죽이 손에 쩍쩍 붙는 게 귀찮아서 고걸 피해보겠다고 레시피 사이트들을 서핑하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푸드 프로세서라는 도구!
예전에 핸드 블렌더를 살 때 돈 좀 아끼겠다고 초퍼가 없는 모델로 샀다가 두고두고 후회를 했었는데 이 푸드 프로세서가 하나 있으면 빵 반죽이나 스콘 반죽도 드르륵 돌리면 끝이라는 데다가 자주 해먹는 햄버거용 반죽도 손으로 고생하며 만들 필요가 없으니 이 아니 편하겠습니까.
그래서 저렴한 걸로 하나 장만을 해버렸지요.(...) 그리고 이왕이면 좀더 다른 것도 만들어보자 싶어서 레시피북을 질렀습니다.
이 책 제목은 무려 '푸드 프로세서로 반드시 만들고 싶어지는 레시피'.
스콘이나 빵 쪽 레시피도 괜찮지만 햄버거 스테이크 반죽이나 다른 요리 쪽으로 내용이 쓸만하네요.

빵을 만들겠다고 나선지도 어언 한달이 되어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건 베이킹이 아니라 레시피북 콜렉터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이제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라도 돌아갈 수 없다!)

카카오 100프로 분말로 만든 스펀지 케이크.
인터넷에서 유명한 분 레시피였는데 레시피가 좋아서였는지 폭신하니 맛있더군요.

자주 만들어 먹는 건 파운드 케이크나 장식 없이 그냥 머핀 틀에 구워서 오가며 먹기 편하게 만든 스펀지 케이크. 코코아보다는 주로 말차가루 넣은 걸 선호하지요.
제대로 생크림까지 발라서 케이크 한판을 구워도 두 사람이 다 먹으려면 며칠이 걸려서 막판에는 제대로 맛있게 즐기기는 힘든지라 그냥 작고 집어먹기 쉬운 걸 만들게 되네요. 치즈 케이크 같은 것도 어쩌다 한 조각씩 사다 먹는 건 즐겨도 한판씩 만들어 둬봤자 다 먹기가 힘들고 말이죠.
스콘은 몇번 만들어보니(푸드 프로세서로 반죽하니 정말 편하긴 하더군요..;) 간단하긴 한데 제가 별로 안 좋아해서 만드는 횟수가 뜸해졌군요.

아직 쿠키를 한번도 안 구워봤는데 사뒀던 보라색 고구마 플레이크 가루도 쓸겸 고구마 쿠키를 구워봐야겠네요.

오늘은 찍은 사진들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포토 스케이프에서 필름 느낌을 써봤는데 반들반들한 느낌이 덜한 게 특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