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부첼라

ritsko 2008. 5. 4. 17:13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사람들과 수다떠는 것, 결혼 전에 즐거웠던 시간 중 (연애를 빼고) 큰 부분은 동호회 사람들과 강남 투썸 플레이스에서 케이크 파먹으며 문 닫는 시간까지 수다떨기였더랬습니다.
결혼하고 일본에 가서도 즐거웠던 기억 중 큰 부분은 그곳에서 알게된 사람들과 집에 모여 앉아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집어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었지요.
혜린이를 낳고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사람들과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혜린이를 데리고 나서면 챙기느라 나름 정신이 없고 떼어놓고 나가도 혹시 보채지 않나 싶어 나가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더라구요.

아무튼, 그리하여 어제는 참 오랜만에 만날 사람이 있어 여동생과 카페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약속 상대는 혜린이보다 생일이 4일 늦은 딸을 키우는 동생의 아는 분이었는데 서로가 다 사정이 비슷하다보니 그쪽도 저도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임신 때는 크게 신경 안쓰고 마셨는데 오히려 혜린이 낳고 나서 모유 수유하느라 혹~~시라도 애가 잠을 잘 안잘까봐 거의 안 마시고 있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마구 기분이 업되었던 오후였습니다.

장소는 집에서 유모차를 몰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를 찾다보니 매봉역 근처에 있는 부첼라라는 카페로 정했는데 한산하고 커피맛도 좋고(기분이 좋으니 뭔들 맛이 없으랴마는..;) 함께 시켰던 케이크와 타르트도 괜찮았습니다. 원래 샌드위치로 유명한 집인 듯한데 파스타 같은 간단한 식사도 팔고 있더군요.
베니건스 갈 때마다 그쪽으로 걸어가도 한번도 눈여겨 본 적이 없었는데 어제서야 '이런 곳에 카페가 있었구나' 싶었을 정도로 아담하고 살짝 눈에 안띄는 위치였습니다.

우리집 위치가 양재역과 매봉역의 딱 중간쯤인데 평소에는 양재역으로 많이 다녀서 잘 몰랐습니다만 이번에 매봉역으로 가는 길이 유모차 밀기도 좋게 잘 정리가 되었더라구요. 게다가 인터넷으로 좀 검색해보니 그 근처에 의외로 맛집이나 카페가 제법 되어서 이 동네에 20년을 넘게 살았어도 참 등잔 밑이 어두웠구나 했네요.

'간만에 카페다~' 하고 외출 준비를 하니 동생이 불쌍해보였는지(...) '앞으로 가끔 같이 카페 가줄까?' 하고 물어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