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by day

가난한 사랑 노래-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ritsko 2008. 7. 28. 22:06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 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끔 유행가 한소절이 머리에 철썩 들러붙어서 당췌 떨어지지를 않는 때가 있는데 요며칠동안은 뜬금없이 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이라는 시구가 들러붙어서 웽웽거려 간만에 찾아봤네요.

중2때쯤 교과서에 실렸었던 것 같은데 저 시 말고도 몇가지가 더 있었는데도 그맘때 감성에 저 시가 참 마음에 들었더랬습니다. 근데 시험문제로는 잘 안 나왔던 듯. --;

시는 역시 *행에서 *행까지는 *** 이런 분석 없이 그냥 읽고 그 자체로 감상하는 게 제일 좋아요. : )

이 글 보시는 분들은 학교 때 교과서에 실린 시 중 어떤 걸 좋아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