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by day

신기루

ritsko 2005. 8. 22. 03:02
레픽님의 글을 읽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포스팅.

어학원 같은 곳을 등록해 다니다보면 가끔 만나게 되는 부류 중 하나가 '자신의 출신 학교'를 속이는 사람입니다.
뭐 딱히 서로 밝힐 필요도 없는데 먼저 나서서 자기 학교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그게 다 거짓말이었더라' 하는 경우는 주변에도 심심찮게 있었고 저도 한번쯤 겪어봤네요.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가 지금 있는 위치가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좀더 나은 모습이기를 원하기도 하지만 가끔가다 그게 도를 넘어서 자기 자신마저 속인 채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나'가 되어버리는 사람들이 있긴 하더군요.
그리고 웹이라는 공간은 그런 사람들이 '새로운 자신'을 창조하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조건이 좋은 곳이기도 하겠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거짓말에 거짓말로 자기 자신마저 속여버린 사람들을 보면 속인 것에 화가 나기 보다는 딱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남의 어머니 사진에다 '홍콩 여행에 동행하신 어머니' 라는 멘트를 달면서 저 아가씨(아가씨인지도 알 수 없지만 -_-)는 정말로 자신의 어머니와 홍콩 여행을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행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진지하게 저 홈의 주인은 저 홈페이지에서만큼은 외모는 김태희인(프로필에 보니 김태희 사진이 있길래. -_-) 세계를 떠돌며 사진을 찍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겠지요.
자신이 창조한 신기루 속에 빨려들어가버린 그 정신이 가슴 깊이 딱하고 안쓰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