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ual/Movie

박수칠 때 떠나라

ritsko 2005. 9. 5. 10:52
  • 가끔 보면 영화 포스터나 홍보 방향과 영화 자체의 방향이 좀 엇나가는 경우가 있지요. 이 '박수칠 때 떠나라'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네요.
    포스터나 영화 소개 프로를 봤을 때는 차승원과 신하균의 박진감 넘치는 심리극이 아닐까 예측했는데 먼저 보고 온 분이 '절대~~ 그런 쪽으로는 기대를 말라'고 하셔서 마음을 비우고 봤더니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 당장이라도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거나 뒤쪽에 저 등장인물이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것 같은 긴장감이 영화 전체에 흘러서 보는 내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영화 장르는 수사물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자극을 추구하는 현대 세태를 비꼬는 블랙코미디라고나 할까요.

  • 전반부는 수사물로 가다가 후반부에서는 심령스릴러물(...)로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 아주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처럼 감시카메라에 찍힌 범인의 얼굴을 뚜두두두 하고 착착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게 아닌' 우리의 현실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실감나기도 하더군요. -_-;
    후반부 때문에 이 영화 평이 많이 갈리는 것 같은데 저는 극을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갔다는 점에서 오히려 '특이하다' 싶었습니다.
  • 이전의 차승원의 코믹한 영화들을 제대로 본 게 없다보니 그냥 적당히 '모델'에서 '탤런트'로 편승한 배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지난번의 혈의 누에 이어 이번 '박수칠 때 떠나라'까지 보고 나니 선굵고 멋진 '연기자'로 자리잡아 가는 배우였습니다.
    신하균은 이번에도 오싹할만큼 멋진 연기였네요. 보고 있으면 신하균이라는 배우는 아무데도 없고 그 맡은 역할만 존재하는 것 같을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비중은 작았습니다만... ^^;
  • 영화 중반부에 윤 반장(신구)이 최검사(차승원)에게 뜬금없이 '사람을 죽여서 살인을 하는 것도 있고, 그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이지 않았지만 살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뉘앙스의 말을 좀 두서없이 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 마지막에서 피해자의 죽음에 관련된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며 다시금 그 대사가 생각이 나더군요.
    다 보고 나면 전체적으로 생각할 거리들이 꽤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 나이 든 중견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전체 분위기가 안정적이었습니다. 역시 좋은 영화의 가장 큰 조건은 '배우들의 연기'가 아닐까 싶네요. 누구 하나가 거슬리기 시작하면 영화 전체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니까요.
    모 그룹의 박 모양이 나왔을 때 잠시 '헉' 했는데 다행히 그 정도면 그럭저럭 눈에 띄지 않고 잘 넘어가주더군요. -_-;(이전에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에 비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임)

  • 요즘 한국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영화 음악의 발전인 것 같네요. 이번 '박수칠 때 떠나라'도 보는 내내 음악이 장면이랑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CSI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기겁할 장면은 역시 '맨손으로 증거품 쩍쩍 만지기'와 '증거품 감춰두기'이겠지요. ^^;
    CSI와 국내 수사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는 용의자를 '절대 범인이 아닌 상태'라고 보고 파고 들어가는 반면 후자는 용의자는 '거의 범인인 상태'라고 보고 닥달하고 들어간다는 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 영화가 카메오에 묻히는냐, 카메오를 유쾌하게 잘 활용하느냐는 그야말로 감독의 재량이겠지요. 이번 영화는 후자였습니다. 동막골을 보고 바로 이 영화를 봐서 정재영의 등장이 더더욱 즐겁더군요. ^^
    더불어 김지수 역시 '저 배우가 저렇게 단아한 인상이었나' 감탄했을 정도로 투명하고 예쁘게 나옵니다. 나오는 장면은 적었지만 연기도 좋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