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마음이 뒤숭숭하던 1월이 어느새 다 지나가고 있네요.
지난 금요일는 처음으로 혜린이를 아기띠로 안고 전철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친한 언니집에를 다녀왔습니다.
날 춥다고 모녀가 집에서만 데굴데굴 굴렀더니 혜린이가 외출에 익숙하지를 않아서 그런지 아기띠를 해도 불편하다고 칭얼거리고 유모차를 태워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안되겠다 싶어서 앞으로는 햇빛이 좋은 낮시간에는 한번씩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일본은 바람이 제법 불어서 유모차에 태우기보다는 역시 앞에 안고 다니는 게 훨씬 편하네요. 하루 지나니 어깨가 뻐근하긴 합니다만..( -_-)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면 유모차는 거의 생필품이니 날이 좀 풀리는 올 3월쯤에나 어떤 게 좋을지 천천히 알아볼까 하고 여유있게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한국으로 들어가게 되는 바람에 급하게 어떤 걸 사야 하나 골머리를 썩혔었네요.
혜린이 낳기 전에 실물로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던 건 이 스룰러. ^^;
이건 8개월부터 쓸 수 있더군요. 그럼에도 가격은 좀 되는 편인 듯.
우선 한국의 육아 관련 카페들부터 좀 둘러봤는데 최근 붐이 불었던 건 빼그뻬레고(발음하다 혀 깨물 것 같다..;)의 P3라는 기종(?)이더군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많이 안 쓰는지 한국에 비해 가격도 비싸서 아웃.
일단 유모차 브랜드부터 살펴보니 정말 세상에 유모차를 만드는 회사가 참으로 많더이다(....) 우선 어디 걸로 살지 정해야 답이 나오겠다 싶어서 주변 언니들의 의견도 좀 물어봐서 맥클라렌으로 범위를 좁힌 뒤 한국에 들어가서 바로 태울 생각으로 신생아부터 쓸 수 있는 모델을 찾아보니 보통 테크노라는 걸 많이 쓴다더군요.
요것이 맥클라렌 테크노
검색을 하면 할수록 점점 알게되는 유모차의 종류가 늘어나는 게 귀찮아서 일단 이놈으로 결정을 한 후 가격을 대충 알아보러 일본 아마존의 베이비 섹션으로 들어갔는데...
베이비 섹션의 메인화면에 할인 마크와 함께 특이하게 생긴 유모차가 걸려 있더군요. 브랜드는 마이크라라이트라는 영국 브랜드, 일본에서의 모델명은 더 버기인데 원래 모델명은 패스트폴더라는 듯합니다.
01
무엇보다 처음 보고 뒷바퀴가 튼튼해보이는 게 마음에 들었는데 이건 6개월 이후부터 사용 가능하더군요.
문득 생각해보니 혜린이가 벌써 4개월째, 두 달만 있으면 6개월에 접어드는데다가 어차피 유모차를 몰 수 있는 것도 날이 풀리고 난 다음이 아닐까 싶어 일단 이것도 후보에 넣은 후 후기들을 좀 찾아보기 시작했지요.
한국 사용자들은 공기주입식 타이어 바퀴라 길이 험해도 다니기 좋다, 핸들링이 맥클라렌보다 나은 것 같다가 중론이더군요. 옆사람이 일본 웹에서 후기를 찾아본 결과도 대충 비슷.
한국쪽에서는 무게가 가벼운 편이라고 하고 일본쪽에서는 무게가 좀 있다고 하는 건 역시 양국에서 주로 쓰는 유모차의 차이 때문이겠지요.
한국 엄마들은 대개 '디자인이 특이해서 눈에 띄는 게 마음에 든다' 고 하고 일본 아마존에 올라온 일본 엄마의 후기에는 '디자인이 너무 눈에 띄어서 전철을 타면 주변에 폐가 된다' 라고 되어 있는 게 재미있었네요. ^^;
한 일주일을 맥클라렌과 마이크라라이트를 컴퓨터에 띄워놓고 머리 싸매고 있는 걸 옆에서 보더니 도저히 안되겠던지 결국은 바퀴가 튼튼한 게 좋을 것 같다고 마이크라라이트 쪽으로 결정을 해주었습니다. -_-;
내 페라리라 불러다오!
원래는 그래도 실물을 한번 보고 사겠다고 별렀는데 날씨도 계속 추워 차일피일하게 되고 이러다가는 이것도 저것도 다 못사겠다 싶어 그냥 주문해버렸지요. 도착한 물건을 보니 색도 디자인도 화면보다 더 마음에 들고 이리저리 밀어보니 슥슥 잘 밀리는 게 괜찮네요. 무엇보다 혜린이를 앉히고 밀어주니 좋아해서 그걸로 OK.
어차피 한국에서는 유모차 들고 전철을 탈 것도 버스를 탈 것도 아니고 동네 산책, 장보기 정도가 주목적일텐데 그렇게 쓰기에는 충분할 듯하네요.
고민을 좀 하긴 했지만 이번에 일본과 한국 웹을 구경하다보니 양국의 유모차 유행도 완전히 다르고 고르는 기준도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습니다. : )
일본에서 최근에 바퀴 세개짜리 모델이 보이는 빈도수가 좀 늘긴 했습니다만 대세는 아무래도 아프리카나 맥클라렌이더군요. 전철이나 버스탈 때도 모두 유모차를 가지고 다니니 크기도 작은 걸 선호하고 도로 상태도 좋은 편이니 바퀴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아프리카 유모차를 한국에서 몰면 바퀴가 하수구에 자꾸 빠져서 힘들다고 하니까요.
한국에서는 도로 때문인지 흔들림이 적은 걸 많이 찾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으니 굳이 크기가 작은 걸 찾지는 않더라구요. 저도 이번에 고를 때 크기가 좀 커도 어차피 엘리베이터 타고 오르내릴 거면 별 문제 없겠지 싶더군요.
다만 이번에 유모차 고르는 데에 진이 완전 빠져서 카시트는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주변의 친한 언니가 샀다는 모델로 그냥 바로 주문해버렸네요. -_-;
ps.
저같은 경우는 지금 엔화를 쓰는 게 더 편해서 일본에서 샀지만 이 마이크라라이트는 외국 브랜드 유모차 치고는 한국에서도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수입되고 있더군요. 한국에서는 보통 신생아부터 쓸 수 있는 토로라는 모델을 많이 사는 듯한데 일본에서는 이 토로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고 오히려 패스트폴더의 신형처럼 보이는 모델만 찾을 수 있었는데 이 신형은 가격이 비싸서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