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보는 결혼식(...)이었습니다만 직접 해보니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정작 본식 자체는 생각보다 짧았고 그 이후의 과정은 생각보다 길더군요.
신랑이야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나 있지 신부같은 경우는 대기실에 앉아만 있다보니 대기실에 들른 사람이 아니면 눈도장 찍는 것도 빠듯해서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식 끝나고 애프터 드레스로 갈아입은 다음에라도 뵌 분들이 좀 돼서 다행이었습니다만...
나중에 스냅으로 찍은 사진을 보니 그날 미처 얼굴 못 뵈었던 분들도 찍혀 있어서 '헉, 이 분도 오셨었나!' 하고 놀란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나무숲의 친구들 참석률이 높아서 사진 찍으면 제 쪽이 심히 기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많이들 나와 찍어주셔서 어찌나 고맙던지요. -.ㅜ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와는 다르게 날이 좋아서 다행이었고, 별 사건 사고 없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나간 것 같아서 양가 어른들도 만족하셨지요.
길었던 반년의 준비 기간(?) 끝에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발리에 갔다가 지난주 목요일 아침에 한국에 도착해서 그 날 하루 우리 집에서 자고 다음날 저녁때 다시 시댁으로 이동, 그쪽에서 또 하루를 자고 토요일 5시 비행기로 일본에 들어왔습니다.
대나무숲 출근 전에 하루라도 쉬어보겠다고 아둥바둥 토요일에 들어왔는데 집에 도착하니 집이 폐가(...)와 같은 몰골이라서 역시 서두르길 잘한 것 같습니다. -.ㅜ
엄마가 싸준 김치와 반찬, 집에 남아있던 옷가지들을 챙기니 짐 무게가 45킬로 가까이 되더군요. 짐가방이 4개로 늘어나서 도저히 집까지 전철을 탈 엄두가 안 나서 나리타에서 리무진 버스 타고 시부야 마크 시티에서 내려 택시를 탔는데 워낙 일본의 택시비가 살인적이라는 '만엔 정도까지는 각오를 하자'고 결의를 다진 것에 비해 의외로 4천엔이 좀 안 되게 나와 한시름 돌렸네요. ^^;
집에 와서 짐을 풀어보니 엄마가 싸준 김치가 종류도 엄청난데다가(김치만 다 늘어놔도 매끼 식사는 문제 없겠음) 양도 엄청 많아서 한 1년은 먹겠더군요..;
집에서는 설거지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딸래미 걱정에 밤새 고민하며 조금이라도 더 넣어보려고 가방 잡고 내내 넣었다 도로 빼봤다 했을 엄마가 눈에 선해서 짐 풀다 혼자 괜히 코가 시큰해서 혼났습니다.
이래저래 전직(?)하여 백수 1랭크에서 주부 F랭을 찍게 되었습니다. 가능하면 이런저런 다른 스킬들도 충분히 더 늘려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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