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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Movie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놈, 놈, 놈이 개봉하여 잘 나가고 있다길래 군침만 흘리다가 또 동생과 같이 보러갈까 했는데 이번에는 어마마마께서 '애봐줄테니 남편과 다녀오너라' 라고 해주셔서 염치불구하고 어제 조조로 잽싸게 다녀왔습니다.

연애할 때는 메가박스에서 영화보고 코엑스몰에서 좀 놀다가 들어오는 게 주로 데이트 코스였는데 일본에서는 영화값도 워낙 비싸고 영어 들으면서 일본어 자막 보는 것도 골이 아파서 그냥 가려다 말고 했더니 같이 영화를 본지가 어언 2년이 다되어 가네요.
영화는 정말 기대한 만큼 재미가 있었습니다. 일부러 출발, 스포일러 여행 류의 프로들을 모두 피하면서 최대한 내용에 대한 정보 없이 간 보람이 있었네요. 내내 총성과 말달리는 소리로 가득하고 그걸 큰 화면과 소리로 접하니 전신이 쿵쿵 울려대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는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저는 묘하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바카노-완행/특급편'이 생각이 나더군요.(열차 때문인가..;) 딱히 어디가 비슷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송강호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왠지 딱 거기 나오는 바보 커플스러웠다고 할까요. 막판 클라이막스 부분의 상황도 왠지 완행/특급편에 나왔던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황당함(?)과 비슷했고 말이죠.

역시 남자는 기럭지! -_-b

캐스팅 자체가 워낙 초호화판이라서 화면만으로도 영화값은 나오겠다 싶었는데 과연... 정우성이 총 쏴대는 장면들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ㅠ.ㅠb 대체 어떻게 한국 사람이 그런 인체비율을 가질 수 있는 겁니까. 정우성은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한 장의 화보요, 대나무숲의 말을 빌자면 얼굴에 먼지가 묻어도 멋있고 닦아도 멋있더이다..;
한동안 찍는 영화마다 반응이 그냥저냥이었던지라 이번 놈, 놈, 놈으로 가장 덕을 본 건 정우성이 아닐까 싶군요.

오프닝에 이름이 올라갈 때 송강호가 가장 먼저 나오길래 '나이 순인가(...)' 했더니 영화 주인공은 역시 송강호였네요. 하긴 정우성과 이병헌이 폼만 잡고 내내 다녔으면 영화가 얼마나 썰렁하니 재미가 없었겠습니까..;
차에 말에 끌려다니는 걸 보면서 '저 아저씨가 해리슨 포드가 되려고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만 극중에서 내내 덩치에 맞지 않게 촐랑촐랑 화면을 가로지르는 능청스러운 연기에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가장 뒤집어졌던 건 역시 정우성에게서 '탈출'하던 장면.

개인적으로 이병헌을 별로 안 좋아해서 한참 인기가 좋을 때도 '대체 어디가 좋다는겨' 싶었고 일본 아줌마들이 좋아 죽는 걸 보면서도 신기해했는데 언젠가 아는 일본분이 '악해보이는 면이 좋다'고 했던 적이 있었네요. 이번 영화를 보니 그분이 하신 말씀이 어떤 뜻인지 좀 알겠더군요.
이병헌은 눈가를 약간 검게 한 메이크업과 잔인한 악역이 굉장히 잘 어울렸습니다. 앞으로도 착한 척하는 캐릭터 말고 그쪽으로 좀 연구해보는 게 어떨까 싶었습니다. ^^;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병헌이 입고 나왔던 연미복 느낌의 까만 슈트와 아무리 먼지에 구르고 빗물에 젖어도 하얗게 유지되는 방수 방진 셔츠(...)가 배우와도 어울리고 캐릭터에도 잘 받아 마음에 들었네요.

배우는 참...

별의 별 것을 다 할 줄 알아야...


지금까지 본 어느 작품보다도 배우들의 말 달리는 장면이 정말 폼나고 호쾌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신문 기사에 이병헌이 인터뷰하면서 했던 말이 있더군요.

리얼 액션 연기에 대해 이병헌은 “신도 나고 겁도 나고, 손에 땀이 꽉 배어 있는 상태에서 레디 소리를 듣게 된다. 긴장과 흥분이 교차 했다. 말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떨어지면 죽는구나 하는 느낌까지 있다. 하지만 OK 싸인이 나고 모니터에 실감나는 그림이 떠 오를 때면 정말 엄청난 만족감이 밀려 왔다. 해 냈구나! 라는 그 느낌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라며 소감을 토로한다.

더불어 영화 초반에는 배경 음악이 좀 커서 대사가 묻히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어쨌거나 음악 역시 영화의 재미를 더욱 배가시켜주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간만에 OST를 구입해야 하나 생각 중이네요.

결론은, 여름에 보기 딱 좋은 흥에 겨운 블록버스터 영화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장르기도 했고 그걸 일제 시대에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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